
내가 유럽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것은 93년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 책에 나오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무덤을 보고 그 곳에 직접 가서 내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순간이었다.
그가 태어난 그리스의 크레타로 가기 위해서 먼 길을 돌아야했지만 결국 그 곳에 도착했다. 그의 무덤 앞에는 단촐한 나무 십자가 하나가 세워져 있고 묘석에는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자유"라는 글만이 새겨져 있을뿐이다.
태풍때문에 배가 결항되는 바람에 하루 밤밖에 머물지 못한 크레타섬, 그리고 내게 주어진 밤 2시간과 새벽 2시간동안 그곳을 찾기 위해서 섬을 헤매고 다니다가 겨우 마지막 30분을 남기고 발견한 그의 무덤에서 살아있는 삶을 사랑하고 너를 자유케하라는 그의 가르침이 생생히 느껴졌다.
지금 그대로를 사랑한다는 것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똑같은 일상이다. 문득 밥을 먹는 데 한 가지 달라진 생각이 떠오른다.
나는 언제나, 오늘보다는 내일을 위해서 노력해야하고 개선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그리고 나의 현재는, 과거의 나의 실수때문에 있어야 할 곳보다도 훨씬 낮은 곳에 있고 그것을
보상하는 유일한 방법은 과거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커다란 업적을 만들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해왔다)
가족이나,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항상 영향을 끼쳐서 상황을 개선시키는데 도움을 줘야한다는 관념이 있었고 당신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아오셨지만, 경제적으로는 성공했다고 보기 힘든 아버지를 보면서 항상 답답함과 연민을 느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닌 것 같다.
미래도 중요하지만, 미래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이 아닌가.
지금의 나는, 이미 만족스런 처지에 있지 아니한가.
그리고 과거의 나는 항상 깨어있기위해 열심히 살아왔지 아니한가.
다른 사람들 역시, 이미 그렇지 아니한가.
그리스의 크레타섬에서 로도스섬으로 가는 배에서 바라본 저녁바다, 정말 아름다웠다.








